저본: 『순수와 경험의 노래(Songs of Innocence and of Experience, 1789, 1794)』 인간 존재와 세계에 대한 두 가지 근본적으로 대조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시집이다. ‘순수의 노래’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어린아이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시들은 목가적인 풍경, 무죄한 기쁨, 신의 섭리에 대한 믿음을 노래하며, 어린 양, 꽃, 푸른 들판과 같은 부드럽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사회적인 문제나 어두운 현실조차 순수한 사랑과 연민의 시선으로 감싸안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경험의 노래’는 성숙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삶의 어두운 측면과 사회의 부조리, 인간 본성의 이기심과 타락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동일한 제목의 시가 다른 내용과 분위기로 나타나는 경우, 순수함이 현실의 고통과 억압으로 어떻게 파괴되고 변질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순함 속에 깊은 철학을 담고 있는 역설적인 작품이다. 어린이의 순수한 목소리를 빌려 세상을 노래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조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깊은 연민이 숨겨져 있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는 순수했던 시절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현실의 냉혹함을 깨닫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더욱 성숙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블레이크의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은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영원한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