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폐허에 등장한 ‘에스퍼’란 신인류. 그들의 공으로 인류는 일부 도시의 재건에 성공한다.
그리고 여기 신자현, 이 도시 밖 난민이 되었던 여자에게 도시 입장권이 떨어진다.
“신자현 님은 금일 건강 검사에서 가이드인 것으로 판명되셨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 ‘에스퍼’의 만병통치약인 ‘가이드’로 발현했기 때문에.
그것도 국내 유일의 S급 에스퍼인 강사혁 대령과 99% 매칭율을 보이는!
“계약서에 사인한 이상 자현 씨는 도시의 병력이고, 상부의 명령 거부는 사형입니다.”
그러나 난데없는 상황 속에서 ‘어어?’ 하다 흘려들은 설명에 발목 잡힌 자현.
곧장 폭발 직전 핵폭탄이나 다름없는 에스퍼의 가이딩을 위해 어느 방에 감금되는데.
“네 파장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 난 널 만지고, 껴안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야.
그걸 센터에서는 ‘밀접 접촉 가이딩’이란 말로 포장하지만 솔직히 그건…… 섹스지.”
자현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울며불며 열리지 않는 문을 열어 달라 하지만…….
“섹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접촉 가이딩을 하고 있다 보면 나갈 수 있게 될 거야.
물에 빠진 사람 인공호흡한다고 생각해. 나도 네가 원하지 않는 걸 하고 싶지는 않아.”
사혁은 의외로 차분히 자현을 안심시킨 후 키스를 제안한다. 인공호흡이라 생각하라고.
자현은 언제 울었냐는 듯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겨 접촉을 받아들인다.
“가이딩은 성공적이었어. 반신반의했는데 센터의 호들갑이 사실인가보군.
이 정도만 해도 가이딩 룸의 문이 열릴 정도로 채워진 걸 보면.”
가이딩은 성공했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이 왜 이렇게 싸늘하게 느껴질까?
“당신은 이제 가이드가 생겼잖아요. 좋지 않아요?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나요?”
“그래, 가이딩은 훌륭했어. 그렇지만……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만병통치약을 손에 넣고도 그가 왜 절망이 가득한 눈을 하고 있는지, 자현은 알 수 없었다.
일러스트 Ⓒ lieul
이전엔 책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했어요.
현재는 좋아하는 글을 쓰며 꿈꾸듯 살고 있습니다.
〈출간작〉
지룡이로소이다. 금목서 위에 앉은 매. 밧세바. 너의 눈동자에 건배. 세이브 미(Save Me). 요호(妖狐). 해피엔딩 메이커. 사람도 리사이클링이 되나요?. 갈라테이아. 안드로마케. 다이브(Dive). 체인질링. 범 내려온다. 인비저블. 라의 연인. 승부는 후반전 끝나고 추가시간부터. 설린. 고백해서 혼내줍시다. 늑대지만 해치지 않아요. 불쌍한 아이. 판사님 저 마음에 안 들죠?. 에덴(Eden). 미아. 마피아 게임. 호랑이 새끼.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빨간 구두와 약속과 폴란트 공작님과 토스카. 빛의 초상. 셰익스피어 인 오피스. 라르고. 일리버시블(Irreversible). 불운한 사라. 세첸. 미궁, 아리아드네. 구렁이. 상원 고양이 그리고 정혜. 악연. 춘몽, 앨리스. 닭 쫓는 개, 포도의 맛. 버드 이터(Bird Eater). 과분하고 과도한. 세계의 끝, 성난 세상으로부터 멀리. 용궁왕자님. 눈의 여왕. 무니레. 생쥐와 늑대와 마녀와 완두콩. 하현 혹은 곰이 신님의 아내 되는 이야기. 칠성 혹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뱀 이야기. 오즈(OZ). 이금✚님 귀는 당나귀 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끝이 없는. 조난자들. 화양연화. 헬레나. 믿습니까. 색계. 신데렐라. 하데스. 달, 사슬. 늑대개. 동백꽃. 변태의 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