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가치.
당신이 필요하다고,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당신밖에 없다고 절박하게 읊조린 제게 남자가 운운했던 단어였다.
“글쎄. 이걸 증명이 됐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픽 웃은 남자가 하얗게 타들어 간 재를 툭, 재떨이에 털곤 다시금 필터 끝을 깊게 빨아들였다.
아직 앞섶을 채 제대로 여미지도 않은 남자에게선 날것의 짐승 같은 냄새가 물씬 풍겼다.
“더럽게 못하는데, 속궁합은 잘 맞는지 제법 죽여주긴 했어서.”
비로소 솔직한 감상을 뱉어 낸 남자가 늘씬한 입매 끝을 당기며 질 나쁜 웃음을 지었다.
“모처럼 손해 보는 장사 한번 해 볼까 싶긴 하네요.”
노골적인 욕정을 숨기지 않은 검은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뿌연 연기가 아스라이 흩어지는 입술 사이로 이내 단조로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하죠, 결혼.”
사용 가치가 증명되고, 이로써 새로운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알리는 명쾌한 답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