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늘 그렇듯 서진은 가장 편한 친구였다. 확실한 게 없는 상태에서 무모하게 고백해서 친구라는 이름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도 좋아서. 친구라고 생각한 서진을 잃고 싶지 않다는 얄팍한 핑계에 숨었다. “건아, 나 이번에는 잘될 것 같아.” 행여나…. 넌 언제나 부메랑처럼 내 옆자리로 돌아오는데 오래갈 리가 없잖아. 서진이 우현과 한 달을 넘기면서부터 슬슬 불안했다. 점점 제 손에서 벗어난 서진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진작 붙잡지 못하고 지금 와서 등신처럼 군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김우현이 100일 된 기념으로 꽃바구니를 보냈다. 촌스러운 이벤트에 서진은 입이 찢어지도록 좋아했다. 여느 평범한 여자처럼. 친구의 경계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였다. 서진은 제게도 여자였다. 세상 누구보다 예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