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세요? 말 잘 들을 줄 알고 데려왔는데 아니라서? 여기서까지 고분고분한 한 비서를 기대하셨다면 완전히 실수하셨어요.” “큭큭큭-” 대차게 받아쳤는데 석진이 너무 크게 웃어 깜짝 놀랐다. 자신의 말이 어디가 우스운지 전혀 알 수 없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대범한 척을 하려면 최소한 입술은 떨지 말아야지.”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매혹적인 입술이 나직이 읊조렸다. 삐딱하게 고개를 꺾은 석진이 오만한 시선을 내렸다. “말했으면 책임도 지고. 애가 아니라 어른이니까.” 수치스럽게 그 앞에서 입술을 떨어버린 이수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상사와 비서가 아닌 동등한 남자 대 여자로 만나고자 한 시도가 엉켜버렸다. “어른? 좋아. 어른답게 합시다. 한이수 씨.” 이수의 이름을 힘주어 발음한 석진이 허리를 당겨 안았다. --- 회장과 비서의 혼외정사로 태어난 상무 정석진. 혼외자 출신인 자신을 혐오하기에 비서에게 끌리는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흙수저 출신으로 버겁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비서 한이수.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감히 그를 탐하지 못한다. 이수는 필사적으로 석진을 거부하지만, 퇴사를 피하려고 어쩔 수 없는 계약을 맺게 된다. 불순한 정욕을 경멸하기에 욕망이 강해질수록 죄책감을 느끼는 석진. 사랑을 모르는 석진은 욕망 앞에 무릎 꿇고, 석진을 짝사랑은 이수는 사나운 남자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집착을 멈출 수 없는 이기적인 남자. 그를 거부할 줄 모르는 순종적인 여자. 끝이 정해진 둘의 관계는 질기게 얽히며 파국을 향해 속도를 높인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이 종말을 향하고 제 궤도를 벗어난 석진은 폭주하게 되는데……. 서로에게 중독된 석진과 이수의 가슴 시린 격정 로맨스, 상무님의 이중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