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출현은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알베르 카뮈의 첫 소설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1942년 카뮈가 29살이던 때 출간된 이 소설은 카뮈를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70년이 넘게 흐른 현재도 『이방인』은 프랑스에서 매년 20만 부 가깝게 판매되고 있으며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번역되어 읽힙니다. 한국에서도 연극으로 만들어지거나 청소년 권장 필독서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사고사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카뮈는 문제적 작품을 계속 펴내며 ‘부조리’ 문학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조리’는 카뮈가 『이방인』을 창작할 당시 가장 관심을 두고 나타내려고 했던 철학 개념입니다. 양자오 선생은 카뮈가 부조리 문학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쉽게 설명하기 위해 카뮈의 시대,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함께 활동했던 예술가를 두루 소환합니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카뮈가 ‘삶의 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하며,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나오는 철학 개념을 끌어들여와 카뮈의 철학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지요. 양자오 선생은 『이방인』뿐만 아니라 희곡 『칼리굴라』와 철학서 『시시포스의 신화』, 즉 부조리 3부작을 두루 살펴보며 카뮈의 철학의 전무를 조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꼽히기에 많은 분들이 한 번쯤 카뮈의 작품을 읽어보았을 테지만, 분명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자오 선생은 “이해 안 가는 책을 읽는 것이 이해 가는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믿음이다”라고 말합니다. 가장 심오한 내용을 이해하고자 할 때, 작은 창문을 넘어 더 넓은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양자오 선생이라는 든든한 길라잡이와 함께라면, 카뮈라는 거대하고도 심오한 거장의 작품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의미 없는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걸까?
부조리한 삶을 성실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
이 책의 제목 ‘자기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은 어떤 의미일까요? 바로 이것이 카뮈가 실존주의 및 부조리 철학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핵심입니다. 신의 형벌을 받아 산꼭대기까지 커다란 바위를 옮기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했던 그리스신화 속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이 힘든 일을 영원히 반복해야 한다니, 정말 절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하지만 카뮈는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어떤 희망도 없이 그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바위를 옮기는 시시포스야말로 성실하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도 매일 비슷한 일상에 갇혀 시시포스와 비슷한 처지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성실함과 용감함 없이 헛된 희망에 기대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카뮈는 우리도 삶의 흉포함과 고통을 직시하고, 어떤 희망에도 기대지 않고 성실히 살아내야 한다고 역설하지요.
『자기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에서 양자오 선생은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많은 찬사를 받았음에도 당대 프랑스 지식인에게 끊임없이 배척당하며 그야말로 ‘이방인’과 같은 삶을 살아 온 카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카뮈가 이러한 철학적 사조를 창조하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이끕니다. 카뮈는 우리가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찾기를 바랐습니다. 카뮈의 작품을 읽어 보았지만 작품에 녹아 있는 그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분, 혹은 읽어 보고 싶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서 아직 엄두를 내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중화권의 대표적 인문학자. 타이완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명일보』明日報 주간, 『신신문주간』新新聞週刊 편집장, 위안류遠流출판사 편집장, 타이베이예술대학 주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언론, 출판, 교육 분야에서 다채롭게 활약했으며 현재는 『신신문주간』 부사장 겸 뉴스 전문 라디오방송국 ‘News98’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이다. 선생은 청핀誠品 강당과 민룽敏隆 강당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10년 가까이 서양고전 강좌를, 최근에는 동양고전과 중국 지성사 강의를 진행해 온 참여형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보기 드문 통섭적 지식인인 그는 『색소폰을 부는 혁명가』, 『위대한 사랑』 등의 문제적 소설을 쓴 작가이자 『나의 21세기』, 『지식인의 눈부신 황혼』, 『노마드의 관점』, 『문학, 사회, 역사적 상상』, 『독서의 밀림에서』, 『문제적 시대』, 『이성적 인간』 등의 탁월한 평론집을 낸 비평가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 『종의 기원을 읽다』, 『꿈의 해석을 읽다』, 『자본론을 읽다』, 『논어를 읽다』, 『노자를 읽다』, 『장자를 읽다』, 『맹자를 읽다』, 『나는 너의 인생을 만나고 싶다』 등이 있다.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로 중국어 출판번역과 기획 일을 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과에서 겸임교수를,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역서로 『이중톈 중국사』, 『죽은 불 다시 살아나』, 『암호해독자』, 『책물고기』 등 60여 권이 있으며 저서로는 『번역가 되는 법』과 『중국 출판과 인터넷문학』이 있다. 역서 『죽은 불 다시 살아나』가 2005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후보에 올랐고 역서 『책물고기』는 2019년 중국 우수수출도서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