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경의 불안한 눈동자가 침대 위에서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눈가가 젖은 채였다.“호경아.” 한 번도 이렇게 따뜻한 적이 없으면서. 한 번도 내 이름을 예쁘게 불러준 적이 없으면서. 왜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 마음을 흔드는 건데. “왜 울어.” “.......” “왜 우는데, 호경아.” “우리 이러면…… 흣…… 안 돼요. 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멈춘다면, 둘만 입 다문다면 오늘 일은 없던 일이 될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이러고 있는 걸 할아버지가 아시기라도 하면…… 아흣.” 세상에 혼자가 되었을 때 손을 내밀어주신 유일한 분인데. 죽은 손녀딸의 방을 내어줄 만큼 제게 다정하신 분인데. 호경이 태석의 팔을 붙잡으며 매달리지만 그럴수록 그의 얼굴엔 야릇한 웃음이 걸렸다. “왜 말 안 했어.” “무슨, 말이요?”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며.” 쿵. 호경의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까만 눈망울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들켜서는 안 될 비밀이라도 들킨 거처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감쪽같이 숨겼는데,” 순식간에 브래지어가 올라가고, “상 줘야지.” 단숨에 팬티가 내려갔다. 차태석, 당신은 나쁜 사람. 나쁜 남자. ……나쁜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