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선율비서님. 내 이름은 알고 있죠? 설마 그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거죠?” 슬쩍 눈을 접어 웃는 남자의 표정이 꼭 가면을 뒤집어 쓴 사람처럼 보였다. 저게 정말 웃음을 짓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지금 선율은 파악을 하기 힘들었다. “…다 알고 있는데 왜 저를 수행비서로 고르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단순한 거 아니겠습니까. 결혼을 앞둔 남자가 전여자친구를 찾는 이유….” “…장난이 너무 과하십니다.” “장난 아닌데….” 테이블 위에 올라와있는 선율의 손가락을 톡 하고 건드리며 유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유한의 오른손이 선율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선율씨의 몸이 잊히지 않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