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동안 누나 생각하며 많이 꼴렸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대답 대신 도흔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가만히 훑었다. 붉은 입술 위로 손가락이 스치자 불에 덴 것 같은 열감이 일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입술을 지나간 손이 턱으로 미끄러지며 이연의 하얀 목덜미 위를 쓸고 지나가자, 이연이 얼른 도흔의 손목을 잡았다. “고용인한테 이러면 안 되지.” 차갑게 말을 뱉은 이연이 그를 무섭게 쏘아보고는 도흔에게서 벗어나려 할 때였다. 도흔이 그녀를 다시 한 번 벽으로 밀어붙이고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순식간에 젖은 입술이 이연의 입술을 삼켰다. 성마르게 내려앉은 뜨겁고 촉촉한 감촉에 이연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쉬운 표정으로 도흔이 입술에 묻은 타액을 닦아내자, 이연이 손을 뻗어 도흔의 뺨을 때렸다. ‘짝’ 하는 소리가 콘크리트 벽에 울려 메아리쳤다. “오늘부터 넌 해고야.” “그동안 스캔들 하나 없었던 걸 보면 남자와 잔 건 아닌 것 같고, 가끔 꼴릴 때 없었어? 서른이면 한창 꼴릴 때 아냐?” 결국 참지 못하고 이연이 소리쳤다. “그만해.” “그냥 궁금해서. 꼴릴 때마다 내 생각했는지 그게 궁금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