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위하여

· 포르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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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구백 이십 칠년 ○월 ○○일 밤이다! 북쪽에서 떠난 기차는 남쪽을 향하고 줄달음친다. 한여름 동안 시골 서울로 돌아다니며 자기가 반드시 해야만 할일을 위하여 고달픈 몸을 쉬지도 않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굳세히 싸우다가 개학할 날이 훨씬 지났음으로 다시 조선 땅을 등지고 동경으로 향하는 영호도 이밤 조선의 한복판을 뚫고 지나가는 기차에 자기 한 몸을 내어 맡겼다. ‘독행! 이번에는 동경까지 독행이냐? 나올 때는 동행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더니......’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서울에 남아있는 동지들의 얼굴이 더한층 그리웁다. 몇 시간 전 경성역에서 의미있게 작별한 여러 동지들의 얼굴이 휙 지나간다. 기차가 떠나기 조금 전 박군의 하던 말이 지금 당장에 또 다시 옆에서 일러주는 것 같이 생각된다. 손이 아프도록 쥐인 악수! 열정의 떠는 듯한 음성! 찔림을 받을 만한 내용의 말! 그 때에 영호는 너무나 감격에 넘쳐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그러한 동지를 자기가 갖게 된 것을 무한히 기뻐 아니할 수 없었다. “여보게 영호군! 지금 자네의 가는 곳이 동경이니만치 사명이 중대하니... 가장 유리한 싸움터란 말일세. 일본 어느 동지는 하루 24시간을 모조리 계급전을 위하여 자기 한 몸뚱아리를 바치겠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도 그만한 각오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 영호군! 우리는 더한층 남 다른 처지에 있으니까... 믿네. 영호군 나는 그대가 씩씩하게 싸워줄 것을 믿는단 말이야. 어련할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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