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1313호, 자신의 애인과 베프가 바람피우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은진 같은 호텔 스위트룸,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엉켜 있는 모습을 목격한 태하 같은 날, 각자 연인의 부정을 목격한 두 사람, 함께 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사고를 당할 뻔한 하고 이를 계기로 은진과 태하는 서로를 알아보는데…… “오늘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보군.” 태하는 제 맘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무심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아시잖아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 기분이 꿀꿀한 일이 저에게 있었다는 것을요. ……사장님,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은진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그를 빤히 응시했다. “뭐가 알고 싶어 그러는 거지?” “어제 사장님은 왜 호텔에 계셨던 건데요? 약혼녀가 아닌 다른 여자랑 응응 했나요?” 거침없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태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니, 그 반대.” “반대면……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흡!” 은진은 말꼬리를 끊고는 두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태하는 그녀의 작은 행동이 예뻐 보였다. 그녀를 예쁘게만 보는 자신의 깨달음에 그는 놀랐다. “사장님, 남자들은 왜 자기 여자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은 걸까요? 정말 친구 말대로 남자들의 성기가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본능이 즉각적으로 작동해서 그런 걸까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태하는 속으로 놀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보기보다 순진한 건가?’ 정말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태하는 가만히 그녀를 응시했다. 취기가 잔뜩 오른 뺨이 발그레했다. 문득 그는 그 뺨을 깨물고 싶었다. “글쎄,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 남자는 여자와는 달리 본능에 직면하는 편이긴 한데, 다만…….” “다만 뭐요?”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손에 턱을 고이고 그녀가 그를 직시했다. 마치 그를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그 행동에 태하는 심장이 또 한 번 움찔거렸다. 문득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왠지 무미건조한 삶이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여자인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쿵. 태하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쿡쿡, 그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예를 들면 너.” 태하는 입 속에 맴도는 말을 마저 끝냈다. 말로서 꺼내 놓고 보니 갑자기 단전에 힘이 빡 들어갔다. 그의 본능을 자극하는 여자. 그의 눈동자가 까맣게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