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곳으로 찾아들었다. “으흣. 하지 마.” 그녀가 더욱 세게 다리를 오므렸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난 네가 내 손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으니까.” 은수는 가지고 싶은 예쁜 인형이었다. 어린 여자애들이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래서 태욱은 은수에게 제의했다. “나의 밤을 뜨겁게 달구어줄 친구, 내가 원할 때는.” 은수는 첫눈에 태욱을 마음에 담아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를 닮은 아들 휘를 낳았다. “당신, 파혼해요.” 발췌글 “서 비서에게 제의 하나 하고 싶은데.” 와인을 반병쯤 비웠을 때였다. 태욱은 취기가 오른 그녀를 응시했다. 맛을 알려면 마셔 보아야 한다며 홀짝홀짝 마시더니 취한 것 같았다. 이 순간을 노린 게 좀 야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비서실에 혼자 남겨진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음흉한 생각을 스치듯 했다. ‘갖고 싶다.’ 그리고 제의를 꺼내는 지금조차 그 욕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다 가진 그에게 없는 것 딱 하나. 눈앞에 있는 예쁜 인형. 그는 이 예쁜 인형이 정말 갖고 싶어졌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슨 제의요?” 한 손에 턱을 고인 채 어눌한 목소리로 묻는 모양새가 유혹적이었다. 반면에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표정은 너무 순진했다. 그래서 태욱은 잠시 망설였다. “나의 밤을 뜨겁게 달구어줄 친구, 내가 원할 때는.” 태욱은 서슴없이 요구했다. “…….”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놀람이 역력했다. “무얼 뜻하는지는 아나?” 태욱은 짐작했다. 아마도 그녀는 처음일 거라고. 그녀의 놀란 표정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본 태욱의 눈빛이 번득거렸다. “대……강요.” 그녀가 나지막하게 웅얼거렸다. “음, 그렇다면 나는 사장님이 원할 때는 언제나 이유를 달지 않고 응해야만 하나요?” “아마도.”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죠?” 그녀가 맹랑하게 따지고 들었다. “내가 너를 찍었으니까.”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사장님이 내게 원하는 건 내가 사장님의 숨겨둔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응, 정확하게 말하면 그래.” “그럼 사장님은 내게 뭘 줄 건데요?” 그녀가 턱을 약간 추켜들며 물었다. 제법이었다. “뭘 줄까?” 그녀가 생각하는지 눈빛이 깊어졌다. 제 또래보다는 꽤 성숙한 여자로 보였다. “만약 사장님의 제의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때 말할게요.” “좋아, 올해가 끝나기 전에만 답해 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