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어쩌면 네가 비서인 거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거야. 굳이 숨길 필요는 없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늦었다, 들어가요.”
오늘 하루 파트너라는 말이 지금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일깨워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준환의 입으로 확인받을 때마다 눈물이 날 만큼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준환은 조금 앞서서 걸어가는 선영의 뒷모습이 몹시도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 파트너라는 말 잊었어? 최소한 입장은 같이 하자고.”
“그래요, 당신 파트너라는 말 잊지 않을게요.”
‘섹스 파트너.’
입으로 다하지 못한 말을 마음에 묻고 선영은 준환을 향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