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단지, 한 마리의 개에게 물린 게 아니었다. 사랑했던 연인의 배신을 목격하고 마주친 남자. 정체모를 이 남자 역시 그녀를 물기 시작했으니까. “닦아.” 그나마 남아 있던 이성의 끈은 사라졌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죄다 깔아뭉개고 싶은 충동이 그녀를 압도해 왔다. “분명 나한테 닦아 달라고 했죠?” “그렇다면?” “그럼, 원하는 대로 닦아 드리죠.” 지현은 바닥에 붙어 있던 자신의 구두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구두는 곧바로 남자의 구두 위에 올려졌다. 스윽 문지르자 앙증맞게 놓여 있던 티끌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됐죠? 이 블라우스도 당신 구두만큼 비싼 제품이니까 비긴 걸로 치죠.” 턱을 치켜세우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 위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 내렸다. “제 정신이 아니군.” [본문 중에서] 타인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사랑싸움인가. 하지만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을 채 가지기도 전에 여자의 발이 남자의 급소를 걷어찼다. 남자가 그곳을 부여잡고 허리를 접었다. 더욱 관건인 건 여자가 비틀거리고 있는 남자에게 훈계라도 하듯 뭐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리 차이로 인해 여자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의천은 아쉬운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 남자를 외면하고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여자의 모습을 자세하게 살폈다. 하! 순간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부에서 통쾌하게 솟아오르는 웃음소리를 터져 나왔다. 실크 블라우스. 그리고 감히 그의 발을 밟았던 여자. 여자의 정체를 확인한 의천의 검은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반짝였다. 의천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비벼 껐다. 정말 화끈한 여자이지 않은가. 물론 그녀의 발은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말이다. 입술을 만족스럽게 말아 올린 의천은 휴대폰을 꺼내 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네, 사장님.” “오피스텔 계약 취소시켜.” “네?” “다른 곳으로 정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