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내일부터 해볼래요?”
“...”
“가능합니까?”
“...”
“비서로 일하겠냐고 묻고 있습니다.”
다미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동공이 살짝 흔들려왔다. 하룻밤을 보낸 나를, 그것도 도망치듯 사라진 나를, 비서로 채용하려는 남자의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혹시 그 때의 일을 꼬투리 삼아 괴롭히려는 건 아닐까.
“나는 그 쪽 썩 마음에 들었었는데 그 쪽은 아니었나 보죠?”
뇌까리듯 한톤 낮아진 음성.
“!”
다미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이 스치는 걸 똑똑히 봤다.
침실에서 봤던 표정이었나. 그녀의 몸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일렁이는 눈빛인 거 같기도 했다. 아랫배의 어딘가에서 옅은 열이 도는 게 느껴졌다.
‘왜... 왜 이러는 거야.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고. 역시 약점을 잡아서 날...’
불안했다. 다미는 그 날의 일을 마음 속 깊은 서랍 속에 넣고 굳게 자물쇠를 잠가 두었었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툭 열려버렸다.
“자기소개서에는 일자리가 간절하다고 되어있는데 기쁘지 않은 겁니까?”
그의 말이 맞다. 일이 필요했다. 안정적인 급여를 원했다. 그런데 내키지 않는다. 원나잇을 한 상대를 상사로 매일 봐야 한다는 게.
그런데 한편 무슨 상관인가 싶다. 1년 전 이야기인데다 두 사람이 만났던 것도 아닌데. 화장실에 잘 못 들어가 그 남자의 엉덩이를 한번쯤 본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려는 순간.
“덧붙이자면. 난 과거에 많은 의미를 두는 타입은 아닙니다. 그때의 일과 상관없이 제안하는 겁니다. 나의 비서가 되요. 명다미 씨.”
나는 그렇게 그의 비서가 되었다.
밤의 비서는 그의 모든 것을 받아 들여야 했다.
그것이 키스든, 애무든, 그 이상의 것이든.
* 필명 : 스밀라
* 로맨스 스토리 작가. (웹툰, 웹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