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촌구석에 틀어박혀 있었어? 홍모현.” 날렵한 슈트에 묻은 흙먼지를 가볍게 털어 낸 무결이 다가왔다. 저를 노려보는 전남편의 등장에 모현의 심장이 더럭 내려앉았다. 그와 헤어진 지 2개월. 온전히 벗어났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던가. “집에 가자. 짐 싸.” “우리 헤어졌잖아요. 잊었어요?” “말 같은 소릴 해야지.” “…….” “그거. 내 거잖아.” 직선으로 내려온 무결의 눈이 모현의 배에 고정되었다. “당신 아이… 아니야.” “내 애가 아니라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이제 나랑 같이 살게 될 텐데, 네 아이 하나 못 키울까.” “쓰레기 같은 인간.” 독하게 내뱉은 말에도 픽 하고 비웃음을 흘린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현에게 고정되었다. 착각일까. 순간 그 눈동자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리움과 상처가 비친 것처럼 느껴진 것은. 금세 낯을 바꾼 무결이 묵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홍모현은 이제, 쓰레기와 평생 살게 되겠네.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