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성의 옆자리를 친구라는 이름으로 꿰차고 있던 것도 20여 년. 오랜 시간 짝사랑만 해오던 아진은 희성의 첫사랑, 첫 연애 그리고 첫 섹스 상대가 되는 것만을 호시탐탐 노린다. 스물세 살이 되도록 여자친구 한 명 사귀어본 적 없던 희성은 어느 날 밤부터 친구인 아진과 섹스를 하는 꿈을 꾸게 된다. 오피스텔 건물의 터가 좋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진을 더이상 친구로만 볼 수 없게 된 그는 벽 너머에서 들려 오는 신음 소리를 듣게 되는데…. 스물셋, 성아진. 23년 지기 친구 윤희성의 방망이를 탐내다. *** “너 인마, 내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고 허튼짓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오빠가 동생을 혼내는 것처럼 자신을 나무라는 희성의 말투에 입술을 삐죽거리던 아진은 그의 마지막 말에서 꼬투리를 잡았다는 것처럼 한쪽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그러고는 제법 매력적인 목소리로 아주 짧은 단어를 내뱉었다. “허튼짓? 어떤 허튼짓?” 붉고 도톰한 입술 사이로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가 튀어나오자 희성은 당황한 듯 ‘어어…’ 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러자 아진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희성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쌍꺼풀 짙은 눈이 자신을 빤히 응시하자 희성은 오래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오는 것을 느꼈다. 아진의 눈 아래 박혀있는 선명한 점이 매일 밤, 꿈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나신의 그 모습이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한번 해봐. 허튼짓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