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강추!〉한바탕 비가 지나가 청아한 밤하늘에 별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재인의 눈가를 아릿한 무언가가 스쳐 갔다. 공허한 재인의 눈동자에 뿌연 수증기가 서렸다. 그녀는 피 맛이 나도록 조용히 입술을 꽉 깨물었다.(중략) 입술을 맞댄 채 시후가 속삭이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은근한 눈빛을 보이며 악마 같은 시후의 유혹적인 음성이 귓가로 밀려들자, 재인은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입맞춤을 느끼듯이 그녀의 손가락이 시후의 뺨을 더듬다가 종착에는 그의 목을 휘감았다. 시후의 누르는 힘을 감당하지 못한 재인의 도톰한 입술이 만개한 연분홍 꽃잎처럼 벌어졌다. -------------------------------------------------------------“놔!” “놔줄 것 같았으면 애초부터 잡지도 않았어.” “당신 장난에 놀아날 생각 없어. 내일부터 안 나올 테니까 다른 사람 구해.” “다른 여자를 구할까?” 얼음막이 깔린 듯 차가워진 눈동자 위에 어떤 빛보다 선명하고 강렬한 빛이 돌올하게 스쳤다. 둘의 거친 호흡이 엉켰고 맞닿은 심장 소리가 불편할 정도로 세차게 뛰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해?”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하나뿐이라는 걸 알면서 묻는 이유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시후의 거만한 표정에 재인은 당혹감을 느끼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대로라면 그가 묻는 말에 멍청이처럼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가슴속엔 아직 주지 않은 자존심이 소리쳤다. 하재인, 도망쳐. 라고.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는 시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바동거리자, 그녀의 몸이 취객처럼 휘청거렸다. 재인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잡는다는 게 그만 시후의 재킷을 잡아 버렸다. 시후는 찬웃음을 띠며 생명줄인 양 옷자락을 힘껏 잡은 재인의 손을 풀어 주었다. “어리석게 이해 못 하는 척하지 마. 하재인하고 어울리지 않으니까.” 또 한 번의 겉웃음. 이제 더 웃기 싫은지 시후는 뭐라 말하려는 재인의 입술을 통째로 삼켰다. 이어지는 격렬한 혀의 움직임. 재인은 놀라 동그랗게 커진 눈을 감지도 못하고 단단한 시후의 가슴팍을 밀치려 애썼다. 얼굴을 감쌌던 시후의 양손이 갈라지며 재인의 희고 가는 목덜미와 짧은 머리칼 사이로 넣었다. 송민선의 로맨스 장편 소설 『레몬 달빛 속을 걷다』 제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