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믿지 않는 시후였지만 재인과의 만남은 그의 생각을 바꿔버렸다. 하지만 너무나도 차가운 그녀, 재인 역시 운명을 믿지 않고, 마음이 계속 엇갈리는 동안 오직 섹스만이 그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재인이 사라졌다.
5년 후 갤러리 개관식에서 재인을 다시 만난 시후는 이제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보여줄 뿐인데…….
“내가 원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미친 듯이 날뛰는 심장을 느끼면서도 재인은 침묵했다.
“내가 원하는 건, 하재인. 그것 말고 원하는 건 없어. 그러니까 하재인 전부를 나한테 줘.”
“넌 항상 나한테 지나치게 많은 걸 원해.”
재인은 떨어진 수건을 주워 시후의 손에 대고 지그시 눌렀다. 이 정도로 찢어졌으니 분명히 아플 텐데 그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것처럼 보였다.
“싸우기 싫다. 하재인이랑.”
‘너랑은 사랑만 하고 싶다.’
송민선
‘알래스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
천천히 글을 쓰면서 한 뼘씩 성장하고 싶어함.
▣ 출간작
레몬 달빛 속을 걷다
▣ 예정작
내 사랑 울보. 카디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