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고 맹목적인 사랑이었다.
차가운 외면과 처절한 무시에도, 이경은 성헌을 향한 사랑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었다. 아이가 죽어 가는 그 순간조차,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그를…….
“아이가 떠났는데 괜찮을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처음 있는 일도 아니잖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잊어버려.”
어긋난 사랑은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그녀는 끝을 말한다.
“이혼해요. 이젠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시답지 않은 소리 그만해.”
“날 짓밟는 사랑은 이미 끝났어요.”
성헌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이혼을 생각지 않았다. 힘겹게 버텨 낸 결혼을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었다.
“거짓말. 넌 나를 죽어도 못 놔.”
“…….”
“무슨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아.”
“이미 헤어졌어요. 우린.”
뒤늦게 깨달은 사랑에 성헌은 후회로 몸서리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이경의 차가운 외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