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붉게 물든 무복. 피와 땀으로 젖은 칠흑 같은 머리카락. 사향내 대신 혈 향을 풍기는 미친 꽃, 광화.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이령을 칭하는 말이었다. 그런 그녀 앞에, 지독한 피 냄새를 씻겨 줄 것처럼 푸른 비 내음을 지닌 사내가 나타난다. “오랜만이다. 이령.” 10년 전, 황실 사냥터의 늑대에게서 그녀가 구해 줬던 소년. 한없이 순수했던 그, 사빈은 어느새 전장의 신이 되어 있었다. “너를 갖고 싶어. 내 것으로.” 목숨값을 갚겠다며 밀어낼 틈도 없이 다가오는 사빈 때문에 모두가 천대하는 자신을 누구보다 귀히 여기는 그 때문에 “내가 너를 데리고 갈 것이다. 세상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미치도록 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