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무님께 아무 의미 없잖아요?” “몰랐군. 의미까지 바랄 줄은.” 피식. 그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는 듯 입매를 비틀었다. “어차피 서라헬 씨도 나도 의미 따위 관심 없었던 거 아닌가?” 라헬도 그의 말에 수긍했다. “우린 단지 비 오는 날 밤 서로가 필요했던 것뿐이잖아.” 침실로 들어와 침대에 눕혀지자마자 곧바로 그가 타고 올라왔다. 연인들의 밀어도, 고백도 없었다. 그저 비 오는 밤이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잊기 위한 유희 같은 밤일뿐이었다. 라헬은 그래도 좋았다. 그가 손을 잡아주고 같이 있어주면 약이 필요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랑 따윈 필요 없었다. 밀어는 불온했고, 부담스럽게 쏟아지는 폭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