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강추!〉“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이제 그만하자. 나, 고생하면서 사는 거 지긋지긋해.”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았고 서로만 있으면 행복했던 시절, 옥탑방에서 키워 나갔던 행복은 오래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네가 했던 말 잊었어? 네가 날 버릴 수 있는 기회는 그때가 마지막이었어. 돌아서도 내가 먼저 돌아설 거고 버려도 내가 버릴 거야. 알아?” 성공해서 돌아온 찬영이 그녀를 붙들었을 때 연우는 생각했다. 아, 난 지금 벌을 받는 건가 보다, 라고. 억세게 잡힌 손목보다 더 아픈 건 가슴이었다. 연우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말들이 심장을 헤집었다. “나한테서 뭘 바라?” 이제 삼십 대에 접어든 찬영은 사내다워졌고 진한 수컷의 향기를 뿜어냈다. 드러난 팔목에 솟은 힘줄들. 날카로운 눈매의 찬영에게 두려움이 일었다. “원한다면 뭐든 들어줄 거냐? 내가 뭘 원해도?” “좋아. 나한테 쌓인 감정이 다 사라질 수 있으면 뭐라도 들어줄게.” 체념 어린 연우의 말에 찬영은 쓰게 웃었다. “나랑 자자.” 잡고 있던 연우의 팔을 그대로 당겨 끌어안고서 입술을 덮쳤다. 한 손으로 허리를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러질 것 같은 목을 받친 찬영의 입술이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열정보다는 확인이었고, 욕망보다는 벌에 가까웠다. 마침내 거친 호흡을 뱉어 내며 몸을 뗀 찬영은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서는 연우를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약속 지켜. 오늘은 떠나는 건 네가 아니라 내가 먼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