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무사 이성계』는 부패한 권문세족과 무능한 왕에 의해 백성이 신음했던 무렵의 장수 이성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이성계는 인월(引月)에서 일만의 대군을 거느린 왜적 ‘아지발도’와 국운과 개인의 운명을 건 단 하루의 전투(황산대첩, 1380년)를 벌인다. 전투 초반의 이성계는 쿠데타를 일으킨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이며, 근엄하며 보수적인 조선 태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평생을 변방의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며 공을 세웠으나, 중앙 정계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승진에서는 줄곧 미끄러지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만 그려질 뿐이다. 이성계는 이 하루의 전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칼을 부딪치며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천명을 받들어, 좀 더 다른 세상과 새로운 운명을 꿈꾼다. 이때 이성계의 나이는 마흔여섯 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 시절이라면 더더욱 뒷방 노인네 취급이나 받았을 나이”(안도현의 추천사 중)였다. 『시골무사 이성계』는 철저히 남자를 위한, 남자소설이다. 단 하루의 핍진한 전투 과정과 스펙터클한 전쟁신은 독자들을 “당대 역사현실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고증과 묘사를 무기로” 펼쳐지는 수컷들의 세계로 안내하고, “화살을 쥐는 들숨과 당겼던 살을 푸는 날숨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발문 중) 한다. 이 소설은 아지발도와의 싸움에서 이긴 후,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전한 “우리의 의지가 전설을 만든 것”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늦었다 해도, 모두가 망상이라고 말해도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서 팽팽한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자들만이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변혁의 이야기이다. ‘진정, 저 망상의 변혁은 현실이 될 것인가….’ 46세의 이성계, 역성(易姓)을 꿈꾸기 시작하다! 부패한 권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던 한 시골무사의 꿈과 의지의 이야기 『시골무사 이성계』의 이성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성계가 아니다. 인정받지 못하고 괄시 받던 이성계가 이 소설에 있다. 마흔여섯 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 시절이라면 더더욱 뒷방 노인네 취급이나 받았을 나이에 이성계는 세상을 바꿀 꿈을 꾸기 시작한다. _안도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