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의 사나이: 세계문학전집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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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가 낳은 단편소설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정수가 담긴 대표 중단편선


희곡 「갈매기」 「벚나무 동산」 등으로 셰익스피어 이래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는 탁월한 단편소설 작가로도 명성이 높다. 간결한 이야기 속에서도 생생한 인물 묘사, 절묘한 전개와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선보여 단편소설의 형식을 완성했다고도 일컬어진다.

체호프의 타계 120주기를 맞이하는 2024년 7월 15일을 앞두고, 이를 기념해 펴내는 『상자 속의 사나이』에는 1884~1903년에 발표된 체호프의 중단편 중에서 작품성이 뛰어난 13편을 엄선해 연도순으로 수록했다. 곤경에 처한 불우한 이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굴」 「아뉴타」 「반카」 등의 초기작은 물론, 더욱 무르익은 기량으로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녹여낸 「6호실」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등의 중기작, 대표적인 걸작으로 회자되는 「귀염둥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등의 말기작, 죽음을 예감하고 마지막으로 발표한 단편 「약혼녀」까지 체호프 소설의 진가와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두루 아울렀다. 더불어, 오랫동안 체호프의 소설과 희곡을 번역하고 연구해온 역자 박현섭의 상세하고 풍부한 해설은 작품 하나하나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9세기 러시아문학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며

단편소설과 희곡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가 체호프


러시아문학은 19세기에 푸시킨, 레르몬토프를 뒤이어 고골과 투르게네프를 거쳐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에 이르기까지 황금시대를 한창 구가했다. 그 유산을 이어받은 체호프는 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19세기를 마무리지은 작가라 할 만하다. 비록 1904년 마흔넷의 나이로 숨을 거두면서 20세기에 활동을 오래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일찍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밥벌이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 이래 반평생이 넘도록 집필에 치열히 몰두해 짧은 생애에 비하면 굉장히 방대한 작품들을 남겼다.

체호프는 주로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일상의 단면을 포착해 삶의 진실에 다가가며 ‘열린 결말’로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단편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간결함은 재능과 자매지간이다.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비결은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는 데 있다”고 하면서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의 가치와 미학을 스스로 구현하고자 했다. 가볍고 소소한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단편뿐만 아니라 보다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편도 여럿 발표했지만 장편소설을 쓰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고, 그 대신 희곡 창작에 꾸준히 열정을 쏟았다. 말년에는 그 노력의 결실로,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상연되는 4대 장막극 「갈매기」 「바냐 삼촌」 「세 자매」 「벚나무 동산」을 내놓으면서 훗날 ‘현대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며 길이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현대 단편소설 형식의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체호프는 단편소설에 특히나 두각을 나타낸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체호프’ 레이먼드 카버, ‘캐나다의 체호프’ 혹은 ‘우리 시대의 체호프’ 앨리스 먼로, ‘교외의 체호프’ 존 치버를 위시해 어니스트 헤밍웨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네이딘 고디머 등을 꼽을 수 있다.


의사이자 환자로서 살면서도 쉼없이 창작을 이어간

체호프의 작가 인생을 총망라한 중단편선


모스크바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체호프는 이후 의사와 작가 활동을 병행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의학은 나의 법적인 아내이고 문학은 나의 정부”라고 할 정도로 의학에 대한 애정과 소신을 나타냈다. 의사로서 러시아 각지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접한 경험과 열악한 의료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 의사답게 인간의 생로병사를 냉정히 관찰하는 시선이 작품에 담겨 있으며, 실제로 작품에 여러 의사 캐릭터가 나오기도 한다. 권태에 빠지거나 불성실한 의사가 자주 등장하는 편이지만, 이들과 달리 체호프는 진료는 물론이고 의료 봉사와 전염병 방역 사업에도 힘쓰는 바람직한 의사로 활약했다.

의학부를 졸업한 해인 1884년에 처음 객혈한 이후 평생 결핵을 앓은 체호프는 의사이자 환자로, 두 입장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어려서부터 가난으로 고생한데다 결핵으로 인해 육체적 고통에 줄곧 시달려서인지 체호프의 작품들에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죽음, 고통에 대한 비애와 통찰이 배어 있으며, 암담한 현실에 대한 염세적인 인식과 함께, 더 나은 미래가 도래하리란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인식과 유머도 동시에 반영되어 있다.

About the author

1860년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해방된 농노의 자손으로 태어났다. 잡화점을 경영하던 아버지의 파산으로 일가족이 모스크바로 이주하자 고향에 홀로 남아 고학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1879년 모스크바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하고 생계를 위해 각종 유머 잡지와 신문에 필명으로 단편을 기고하며 인기를 끌었다. 1884년 대학 졸업 후 의사로 일하면서도 집필활동을 병행했으며 1886년 당대 유명 신문 〈신시대〉에 단편 「추도식」을 본명으로 발표한 이후, 보다 진지한 주제를 천착하기 시작했다. 1887년 선보인 단편집 『황혼녘』으로 이듬해 푸시킨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890년 사할린섬에서 3개월간 머무르며 유형지의 실태를 조사한 일을 계기로 사회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한편, 빈민구제와 공공의료 활동 등 사회사업에도 힘썼다. 이후 ‘현대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지금도 활발히 상연되는 4대 장막극 「갈매기」 「바냐 삼촌」 「세 자매」 「벚나무 동산」을 발표했다. 1904년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되어 요양차 찾아간 독일 바덴바일러에서 마흔넷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이 책에는 체호프가 1884~1903년에 발표한 중단편 중에서 열세 편을 엄선해 모았다.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통렬하게 각계각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그려낸 이 작품들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과 통찰,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수가 담겨 있다. 에드거 앨런 포, 기 드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작가로 꼽히는 체호프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레이먼드 카버, 존 치버, 앨리스 먼로 등의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명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체호프 단편선』 『체호프 희곡선』 『누구의 죄인가』 『영화기호학』 『영원한 남편 외』(공역) 『무도회가 끝난 뒤』(공역) 『메이예르홀트의 연출세계』(전4권, 공역)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공역)가 있고, 지은 책으로 『고전 강연 7』(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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