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랜선 연애, 최악의 이별. 그리고 10년 후 다시 시작된 악연. 각자의 마음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응어리가 기묘한 집착을 만들고, 복수로 시작된 거짓 연애 놀음의 행방은 과연 어디로... “나 누군지 모르겠어?” 고장 난 로봇처럼 목이 삐거덕거린다. 눈이 돌아간 그곳엔 결코 있어선 안 될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설마, 나 지금 또 악몽을 꾸는 건가. “이제 좀 기억이 나?” 짐짓 상냥한 음성이었지만 온기라곤 없었다. 성대가 틀어막혀 입술만 달싹이자 그가 한 발 더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읏!” 엄습하는 공포는 생존본능이 자아낸 반응이리라. 저가 다가선 만큼 한 발 내쫓기는 날 보며 그는 퍽 섭섭하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내가 안 반가운가 봐?” “여, 여긴 어, 어떻게…. 아, 아니 왜… 왜 여기….” “글쎄.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을까?” “….” “혼자 보기 아까운 표정이네.” 남자의 얼굴에 홀연히 피어난 조소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지난 10년 동안 내 무의식을 지배했던 존재가 현실이 되어 나를 옭아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