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바다: 도종환 시집

· 창비시선 第 403 冊 · 창비 Changbi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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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마른 가슴에 들어온 도종환의 시편들

‘격렬한 희망’ 되어 온몸으로 퍼진다

 

서정과 현실을 아우르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언어로 삶의 상처를 위무하고 세상의 아픔을 달래는 서정의 세계를 펼쳐온 도종환 시인의 신작 시집 『사월 바다』가 출간되었다. 제13회 백석문학상과 제1회 신석정문학상 수상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창비 2011)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알다시피 시인은 201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뒤 올해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한 현역 국회의원이다. 이번 시집은 바로 그곳, “정치공학만 난무하는 오늘날 한국의 정치판에서 겪은 내상의 흔적들”(최원식, 발문)로, 지난 4년간 “고통과 절규와 슬픔과 궁핍과 몸부림의 현실” 속에서 “온몸에 흙을 묻히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시인의 말) 불의한 시대에 맞서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고자 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써내려간 견결한 시편들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서정의 깊이와 격과 감동”이 어우러진 가운데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는 “사무치는 위로가 있는 매혹적인 시집”(박성우, 추천사)이다.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나도 가만히 있자(「병든 짐승」 전문)

 

도종환 시인은 여전히 “뻐꾸기 소리만 들어도 걸음을 멈추고/씀바귀꽃에도 노랗게 물드는 사람”(「뻐꾸기 소리」)이다. 이번 시집이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녹아 있는 터라 ‘절망’ ‘슬픔’ ‘고통’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가 많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서정 시인으로서의 순정한 마음과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을 잃지 않는다. “야만의 시대가 치욕의 시대로 이어지는 동안”(「눈」) “끓어오르며 소용돌이치던 것들”(「어느 저녁」)을 다독이며 시인은 진흙탕 같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자연을 벗삼으며 “평화롭게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나머지 날」)다는 소망을 품는다. “소요의 한복판을 벗어나”(「아모르파티」) 자연과 가까워지는 만큼 마음도 편안해지는 호젓한 고요 속에서 시인은 “아름다운 정경은 사람을 선하게 한다”(「정경」)는 깨달음에 닿는다.

 

찬술 한잔으로 몸이 뜨거워지는 겨울밤은 좋다/그러나 눈 내리는 저녁에는 차를 끓이는 것도 좋다/뜨거움이 왜 따뜻함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며/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겨울 저녁/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 쓰던 붓과 화선지도 밀어놓고/쌓인 눈 위에 찍힌 산짐승 발자국 위로/다시 내리는 눈발을 바라본다/대숲을 흔들던 바람이 산을 넘어간 뒤/숲에는 바람 소리도 흔적 없고/상심한 짐승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여러날/그동안 너무 뜨거웠으므로/딱딱한 찻잎을 눅이며 천천히 열기를 낮추는 다기처럼/나도 몸을 눅이며 가만히 눈을 감는다(「겨울 저녁」 전문)

 

“하찮고 사소한 일상을 물수건으로 닦아

빛을 내는 일 그게 내 삶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시인이 세상의 슬픔을 외면한 채 “고요의 중심으로 들어가”(「아모르파티」) “아침기도가 끝나면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고/못다 읽은 책을 읽으”(「나머지 날」)며 유유자적하는 초월적인 삶에만 안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가는 모든 길이 아름다워지”(「꽃길」)리라는 믿음을 안고서 시인은 “정의가 승리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아름다운 세상」)며 “남을 위해 기도하고/세상을 위해 일하며/인생의 십분의 일을 바치”(「십일조」)겠다는 다짐을 깊이 새기기도 한다. 시인은 또 “늘 파탄을 향해 기우뚱거리”(「오베르 밀밭에서」)는 삶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에서 사회적 문제와 현실정치 속으로 시선을 넓혀가면서 “사악함이 승리하고 정의가 불의를 이기지 못”하는 “불행한 시대”(「팔월」)를 향해 분노가 아니면 가눌 수 없는 목소리를 드높인다.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섬 사이를 건너다니던 새들의 울음소리에/찔레꽃도 멍이 들어 하나씩 고개를 떨구고/파도는 손바닥으로 바위를 때리며 슬퍼하였다/잊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 있을 아픔이었다/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화인(火印)」 부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치욕스러운 고통 속에서도 시인은 “내게 오는 운명을 사랑하리라”며 “쓰러질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하고 뉘우치고 또 나아”(「아모르파티」)간다. “사람에게서 위로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받”(「해장국」)으면서도 절망에 잠기거나 포기하는 대신 “불가능한 것을 꿈꾸”(「별을 향한 변명」)며 사랑을 실천하는 길을 걷고자 한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살아야 하고/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일을 해야 하는 게 힘들”어도 시인은 “하찮고 사소한 일상을 물수건으로 닦아/빛을 내는 일”(「그는 가고 나는 남았다」)을 자신의 삶으로 여긴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 가망없는 시대에 “무슨 시를 써야 할 것인가”(「눈」) 고민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을 수 있고/이전에도 없었”지만 ‘그날’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것”(「도요새」)이다.

 

그날은 오지 않을지 모른다/누구에게든 그날은 잠시 머물다 가고/회한과 실망과 배신감만이 길게 남을지 모른다/그래도 그날을 향해 또 가야 한다는 생각에/마음이 아팠다/어느 시대에도 그날은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그날이 우리 곁에 왔다고 말하던 시절에도/내 하루의 삶이 그날로 채워져 있지 않았으므로/다시 그날을 기다려야 했다/일상이 그날인 그날까지 다시 가야 한다고/나를 다독이며 마음 아렸다(「그날」 부분)

 

“지금은 따뜻한 위로의 물 한잔을 건넬 시간”

 

시인은 이제 “세상에서 받은 쓰라린 것들을 뜨거움으로 가라앉히며”(「해장국」) 사랑과 “용서로 천천히 시를 쓰리라”(「가을이 오면」) 다짐한다. “생사의 고통은 갈수록 깊어지고/역병은 창궐하며/견탁(見濁)의 삿된 말들은/끓는 물처럼 흘러넘”치는 “겁탁(劫濁)의 세상”(「화엄 장정」)에서도 “시를 보호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며 “간난한 시의 길”(최원식, 발문)을 묵묵히 걸어가는 시인의 발걸음이 믿음직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시가 “굶주림과 전쟁과 질병과 재앙”이 그칠 줄 모르고 “그릇된 믿음과/밑도 끝도 없는 적개심과 사악함이/도처에 출몰하는”(「서유기 3」) 이 야만의 시대 한복판에 “참혹하게 젖어 있는 우리의 내일”(「눈」)을 밝히는 별빛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의 미래는/불에 탄 나무에서 다시 솟는 연둣빛 새순/햇살의 화살 한개를 쏘고 있는/태양의 따스한 손길에 있다/(…)/증오의 말을 가르치지 말라/세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경전 같은 말들이 있음을 가르치되/시인의 음성으로 하라/나약하지도 않고 사납지도 않은 목소리로/신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라/거기 희망이 있다 그들이 희망이다/그래야 우리의 미래 오래도록 희망이다(「희망의 이유」 부분)

 

시인 낭송 영상, 도종환 시·백자 곡 「화인」 수록

 

특별히 이 『사월 바다』는 시낭송 오디오북을 무료로 써비스하는 ‘더책 특별판’으로 제작되어 도종환 시인이 직접 고르고 낭송한 열두편의 시편들과 시인의 말 등을 시인의 목소리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이번 시집에 실린 「화인」이라는 시에 싱어송라이터 백자가 곡을 입힌 동명의 노래를 같이 감상할 수 있도록 뮤직비디오도 수록했다. 시인의 육성으로 직접 듣는 시편들에는 시인의 호흡과 느낌이 그대로 실려 있어 시의 감동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책에 부착된 NFC 태그에 스마트폰을 대면 곧바로 시낭송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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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도종환 시인은 슬픔을 희망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가 그를 막무가내로 진창에 떠밀었을 적에도, 그는 누굴 탓하기보다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강함으로 몰지각한 ‘맹금류’와 거침없이 맞서 싸워냈다. 여전히 그는 왜곡에 대항해 역사와 민중 앞에 놓인 ‘덫’을 하나하나 걷어내고 있다.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화인(火印)」)라고 말하는 도종환 시인은 시와 몸을 따로 두는 사람이 아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다. 몰염치에 맞서 떳떳하고 용기 있는 싸움을 이어가면서도 우리에게 이렇듯 서정의 깊이와 격과 감동을 더한 시집을 들고 왔으니. 시집 갈피에서 전나무와 삼나무 냄새가 난다. 감자 잎과 도요새가 몸을 펴는 소리 들린다. 사과 익어가는 내가 손에 묻고, 오르간 음이 귀에 닿아 젖는다. 마른 가슴에 들어온 눈물이 ‘격렬한 희망’ 되어 온몸으로 퍼진다. “어디서 이렇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랴”(「해장국」). 시인이 말아 내미는 한그릇 국밥은 뜨겁고도 든든하다. 사무치는 위로가 있는 매혹적인 시집이다. 박성우 시인

[목차]

제1부 

내소사 

나머지 날 

어느 저녁 

들국화 

들국화 2 

정경 

뻐꾸기 소리 

은행나무 

화엄 장정 

사과꽃 

저녁노을 

꽃길 

가을이 오면 

목련나무 

업연 

노란 잎 

스승 


제2부 

저녁 구름 

난중일기 

서유기 1 

서유기 2 

서유기 3 

서유기 4 

상사화 

오베르 밀밭에서 

골목 

슬픔의 현 

늦은 십일월 

병든 짐승 

난꽃 

해장국 

아모르파티 

도요새 


제3부 

폭포 

다시 아침 

화 

겨울 저녁 

탄력 

왼손 

새해 병상 

오래된 성당 

유압문(遊鴨紋) 

아름다운 세상 

십일조 

설산 

모네 

별을 향한 변명 

존 리 신부 

사이오아 아란도 

귀대 


제4부 

모슬포 

슬픔의 통로 

눈 

이릉대전 

장마 

팔월 

도스또옙스끼 이후의 날들 

여름 일기 

흐느끼는 예수 

블루 드레스 

화인(火印) 

그날 

그는 가고 나는 남았다 

격렬한 희망 

김근태 

눈물 

희망의 이유 


발문|최원식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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關於作者

도종환 都鍾煥

청주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흔들리며 피는 꽃』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등이 있으며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 공초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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