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지 않아.” “뭐?” “싫은 거 아니라고.” 한참을 망설이던 가은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딱 한 번. 딱 한 번만 그를 욕심내고 싶었다. 처음이니까. 처음이니까 한 번쯤은 욕심을 내도 괜찮지 않을까. 그 정도면 누구라도 이해를 해 줄 것만 같았다. 처음이니까. 딱 한 번만. “지금 그 말, 어떤 것에 대한 대답이야?” “무슨 뜻이야?” “앞에 일에 대한 답이야? 아니면 지금 이 일에 대한 답이야?” 조금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현은 다시 한번 저녁의 고백에 대해 물어 오고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던 가은이 다시 눈을 들었다.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고 하더라도 거기까지 욕심을 낼 수는 없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아까 대답했던 것 같은데.” “…그럼 지금 네 대답은 그러니까.” “네 말처럼 나, 회장님이나 이사님 보기 그래서 지금껏 그냥 연기했던 거야. 나 원래 엄청 놀고 싶었어.”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가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먼저 그녀를 자극했던 기현은 멍한 표정으로 가은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가은은 이미 결심을 한 듯 기현의 목에 팔을 감으며 그를 유혹하고 나섰다. “나, 너랑 자 보고 싶어. 지금, 당장.” *** 한번 밀어내기로 한 이상, 틈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대로 그를 받아들였다가 정말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가은보다 한발 빠른 것은 역시 기현이었다. 그는 긴 팔을 이용해 가은의 휴대폰을 휙, 빼앗아 들었다. “…뭐 하는 거야. 얼른 내놓…아….” 그리고는 불쑥 가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조금 전 그가 먹었던 고소한 오트밀의 향이 훅, 그녀의 입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서기현!” “섹스 파트너, 불장난, 그것도 아니면 연인. 뭐든 상관없어. 무슨 관계라고 정의내리지 않아도 좋아.” 가은의 허리를 끌어안은 기현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이어 갔다. “네 옆에 있고 싶어.” “하.” “매일 눈에 보이다가 안 보이니까 진짜 죽을 것 같은데 나더러 어쩌라고.” 잔뜩 떨리는 눈으로 기현을 바라 본 가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벙긋거렸다. 이런 관계의 끝이 어떨지 뻔히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를 바라보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까지의 결심이 흔들려 버렸다. “아.” “이 입술이 계속 생각나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