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완료형 ‘사랑했던’이 아니고 현재진행형 ‘사랑하는’이었다.
그건 비극의 시작이었다.
믿고 의지하던 형 한율이 자신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말에 기율은 분노했고,
영문도 모르고 폭발 속으로 떠밀려간 행지는 오해가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특히 우리 작은아들, 얼마나 탐스럽던지.
하지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추악한 죄로 오해는 더욱 얽히고설킨다.
***
“앞으로는 나 따라오지 마. 차가 아니라 나를 직접 봐도 쫓아오고 그러지 마.”
“행지야.”
“왜 들쑤셔! 왜 흔들어! 왜!!”
기대하게 해.
행지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기율은 행지를 껴안았다.
“결국 더러운 건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었어.”
“주기율 안 더러워. 더러울 수가 없어. 그러니까 그런 건 생각하지도 마.”
기율이 고개를 틀어선 입술을 들이댔고, 입술과 입술이 만나면서 하나로 포개졌다.
두 사람의 신음이 조금씩 진해졌다.
그리고 진해지는 신음을 타고 희열이 달려왔다.
사막이나 다름없던 두 사람에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