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차은수. 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를 기다리던 5살 어린 아이는 엄마의 절친인 혜은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가족인 듯 가족아닌 그들과의 시간이 슬프지는 않았지만 자기 것이 아니기에 언제나 행복과 거리를 두던 그녀. 그런 그녀에게 욕심처럼 한 남자가 다가온다. 강준하. 한국대병원 최연소 외과 과장.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아온 은수는 그에게 언제나 여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집으로 애인이라며 어떤 놈과 인사 온 후, 더이상 그는 그녀를 배려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커다랗고 뜨거운 손은 이미 보드라운 살갗을 어루만지며 조금씩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미 그는 그녀가 알던 강준하, 자상하고 따뜻했던 오빠가 아니었다. “후회할 일 더는 하지 마, 오빠.” 이대로 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후회? 네가 다른 놈하고 집에 나란히 들어오던 그 순간부터 조금 더 빨리 이러지 못한 걸 후회했어." 그는……, 나쁜 남자가 되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언제고 벌어질 일이었어. 시간이 문제였지 나는 너 놓을 생각이 없었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비참한 얼굴 하지 마. 이미 멈출 수 없어, 은수야.” 준하의 단단한 어깨를 끌어안으며 은수는 눈을 감았다. 이제 여기가 지구 끝이고, 아래로 추락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