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고귀한 꽃이 제 손으로 떨어졌을 때, 그것을 모두 다 부숴 버리자 마음먹었다. 고귀한 그 꽃을 나락으로 떨어트려 제 발밑까지 끌어내리고 싶었다. 한기가 들이닥친 것처럼 바들바들 어깨가 떨려 왔다. “난 널 안을 때마다 끔찍하고 소름 끼쳤어.” 태윤의 경멸 어린 시선에 지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네가 날 그런 시선으로 쳐다볼 때마다 네 목을 꺾어 버리고 싶었어.” 가녀린 목을 한 손으로 느슨하게 움켜쥐며 태윤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둔기가 그녀의 머리를 내려치듯 강한 충격에 지연은 허우적대야만 했다. 이 정도로 자신을 싫어할 줄 상상도 못 했었다. 결국 그가 내민 손은 그녀를 같은 나락으로 빠트리기 위한 올가미였다. “내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태윤이 그녀의 물음에 소름 끼치도록 시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위에서 내려왔다. 기존의 냉정함을 찾은 듯, 권력의 쥔 사내의 오만함이 한껏 묻어나왔다. “좋아. 내기 하나 하자.” 내기라는 단어에 지연이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만약 이 내기에서 네가 이가면 돈은 모두 없던 것으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좋아.” “무슨……?”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태윤은 비릿하게 웃으며 커프스 단추와 갑갑한 넥타이를 풀었다.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악마의 달콤한 제안이었다. 이것이 독일지도 모른다. 빠지면 빠질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연은 이것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