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엉망으로 헝클어진 호흡이 제멋대로 흩어졌다. 코끝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짙은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재헌의 숨결도 조금, 아주 조금 달아오른 듯했다. “후회해?” “……조금.” 재헌이 물었고, 희연이 답했다. 지독하게 낮은 목소리에 가슴 끝이 찌르르, 울렸다. 그는 그녀의 답에 소리 없이 입술만 비스듬히 기울였다. 희연은 그 미소의 뜻을 알 수 없어 재헌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건 입 맞추기 전에 했어야지.” ---------------------------------------- 자신이 평생을 매달린 골드메리의 경영 악화로 사장인 아버지가 사채 빚까지 지자 희연은 마재헌을 찾아왔다. 이혼한 지 벌써 2년, 그리고 약 7개월 더.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말해.” 선선히 대답하는 남자와 달리 희연은 한참이나 아랫입술을 달싹였다. “돈이, 필요해요. 급하고, 금액은 조금 크고.” “조건은?” “……뭐든.” 희연은 떨림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오늘 밤에 와.” 마재헌이 희연의 앞으로 카드 한 장을 내려놓았다. 그가 머무는 펜트하우스, 그곳의 출입 카드였다. “얼마나, 도와줄 수 있어요?” 희연의 마음처럼 그녀의 손에 잡힌 바지가 와락 구겨졌다. “나랑.”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입술로 희연의 눈길이 막 닿았을 때였다. “결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