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주눅과 압박에서 벗어나
한판 제대로 붙어보자, 맞춤법!
글을 쓰거나 특히나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건 작건 어문규범의 막연한 압박을 받으며 까다로운 문법 용어가 난무하는 일방적인 규정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어 문범에 대한 이론적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그 까닭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규범의 강박에서 벗어나 한국어를 좀더 객관적인 시야에서 바라보는 가운데 오로지 의사 전달의 효율성 또는 표현의 적절성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판 붙자, 맞춤법!』은 한국어를 전공하고 편집자로, 편집자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30년을 살아온 저자가 예비편집자를 대상으로 100회 가까이 강의해온 내용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맞춤법과 표준어와 외래어 표기법, 그 규범을 밑줄 그어가며 달달 외울 필요는 없다, ‘규범이 이러저러하게 규정하고는 있지만, 그 취지를 이해한다면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한판 붙자, 맞춤법’이라는 제목은 쓸데없는 그 견고한 강박에 아주 작은 실금이라도 가기를 차분히 응원하고, 텍스트와 언어생활에서 그 규범과 언제 어떻게 맞붙어도 쉽사리 밀리지 않을 ‘자신감’을 북돋는 의미라고.
출판컨설턴트이자 미디어평론가. 지식산업 후속 세대의 재생산을 위해 출판편집을 강의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천착하는 비평 활동을 펼쳐왔다. 세상물정 모르던 20대에 한국어 연구자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기도 했으나, ‘프리랜서를 빙자한 백수’로 불안정한 생계를 버티던 30대엔 잡글을 기고할 지면을 기웃거리는 간간이 출판편집자로도 일했다. 출판 편집을 가르치는 선생 노릇으로 제법 충만하고 떳떳한 삶을 꾸려내던 40대도 어느새 뒤로 하고, '페이스북 잉여'로 소일하는 한편으로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과 수학 문제 풀기에 탐닉하는 50대를 즐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비평집 「출판생태계 살리기」, 「그들만의 상식」, 「만장일치는 무효다」, 「상식으로 상식에 도전하기」, 에세이집 「나는 남자의 몸에 갇힌 레즈비언」, 편집(자)론 「편집에 정답은 없다」, 옮긴 책으로 『일본 미디어와 정보 카르텔』, 엮은 책으로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