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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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다소 강압적인 관계를 포함하여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내가 잡은 사냥감 중 가장 용맹한 것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하나.”


음영이 깊게 져 그렇게 말한 염왕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설하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등 뒤로 목책이 닿았다. 어디에도 도망갈 곳은 없었다.


“쯧, 얼굴에서 온통 피비린내가 나시겠습니다.”


말에서 풀쩍 뛰어내린 이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해하려 다가오는 것처럼 위압적으로 보여 비명을 내지르고 싶어졌다. 갑옷이 부딪치는 쇳소리와 함께 눈앞까지 온 사내를 설하는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했다.


“그 고기 한 덩이가 그리 중하십니까.”


품에 꽉 움켜쥐고 있는 고깃덩이를 남자가 가져갔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진 고기 한 덩이가 마치 자신처럼 보였다. 누구라도 조롱하고 짓밟을 수 있는 존재.


“그러고 보니 그때보다 더 상하신 것도 같고.”


사내의 손이 설하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온 것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였기 때문이다. 사르르, 반으로 묶여 있는 긴 사내의 머리칼이 그녀의 얼굴 옆으로 쏟아졌다.


“살려… 주세요.”

“누구를?”


둘 중 누구를 살려 줄까 하는 다정한 물음이었다.

거짓말. 둘 다 죽일 거면서. 황제와 똑같다. 가끔 신물이 나도록 다정하게 대해 주며 피어난 희망을 짓밟는 황제와 놀랍도록 이 사내는 닮아 있었다.


“그대가 살고 싶다고 하세요. 그럼 눈감아 드릴 테니.”


숨 막히게 달콤한 유혹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의 반쪽, 화상을 입은 곳은 더 끔찍하게 일그러졌으나 사내에겐 아무런 상관도 없는지 오히려 얼굴을 더 가까이 마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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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춈춈


촘촘 아닙니다. 춈춈입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chyomchyomi


〈출간작〉


미스터 악마. 술탄의 꽃.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조교님. 신부님, 신부님. 다정한 마피아로 사는 법. 짐승이 우는 소리. 13일의 금요일. 사냥의 계절. 젖과 꿀이 흐르는. 백설공주를 탐하는 방법. 살갗을 깨물다. 그믐. 선생님, 여자 친구 예쁘네요. 홍콩 익스프레스. 완벽한 포식자. 뱀의 혀. 육식의 맛. 죄악의 열매. 목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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