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문학청년들의 간이역 헤밍웨이, 우리는 그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을까? 개인의 자유의지와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를 신봉했던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을 ‘자유-자치-자연’을 중시하며 권위에 도전했던 ‘집시 아나키스트’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다! 이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자유-자치-자연’의 삼자주의를 중시하는 아나키스트로 보고, 그의 작품을 아나키즘 문학으로 읽고자 시도하는 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견해라서 당황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카프카나 사르트르나 카뮈 등을 아나키스트로서 이해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만큼 헤밍웨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하나의 시론으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흔히 헤밍웨이를 마초 문학의 상징으로 본다. 강인한 남성성을 자랑하며, 전쟁처럼 거친 삶의 무대를 배경으로 작품을 쓰고, 네 번이나 결혼했고, 신문기자라는 태생적 특성에 영향을 받아 힘찬 단문 위주의 문장을 구사한다는 점 등을 그 증거로 내세운다. 물론 헤밍웨이는 모험적인 삶을 살았고 작품 역시 삶의 스타일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스스로 “나는 집시 같은 작가”라고 고백했다. 물론 이 말은 헤밍웨이를 실존주의자나 허무주의자라고 보는 데 더해 공산주의자라고 보는 견해에 답한 말이지만, 실제로 그는 집시처럼 모든 권위와 권력에 저항했고, 자연 이해와 공동체의 상호부조를 강조하는 삶을 살았다. 사실 헤밍웨이는 평생 정치와 직결된 삶을 살았고, 그의 모든 작품은 철저한 정치적 경험과 의식의 소산이다. 가령 우리에게 연애소설로 오해되곤 하는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 『무기여 잘 있어라』는 전쟁에 반대하는, 가장 위대한 반전문학 작품으로서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인민의 혐오를 반영한 것이다. 그 뒤 10년도 안 되어 스페인 시민전쟁이 터졌고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헤밍웨이가 그렇게도 절실하게 반전을 외쳤건만, 자유-자치-자연을 침해하고 파괴하는 전쟁과 같은 국가의 악, 국가의 가치, 국가의 파괴를 그토록 증오했건만, 세상은 여전히 전쟁에 미쳐 있다. 그 소설이 나온 지 조만간 1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세계인은 온갖 얼굴의 전쟁에 열광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자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의 작품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 밖에도 헤밍웨이는 작품 다수가 영화로 제작될 만큼 당대 큰 인기를 누렸고, 전장과 혁명의 현장을 누볐으며,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하는 등 여러 면에서 회자되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어라』,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등 우리 마음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내놓은 위대한 작가이다. 이 책은 그런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을 ‘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라는 기준으로 재조명하는 독특하고 신선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헤밍웨이를 사랑하는,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해온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자연이든 인간이든 진실하게 대하라 국내외에서 나온 책들은 헤밍웨이를 하나같이 허무주의자나 실존주의자로 본다. 또 그를 이해하려면 빙산이론(iceberg theory)이니 하드보일드(hard-boiled)니 하는 문학적 기교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떠들기도 한다. 과연 그래야만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헤밍웨이의 말처럼 작품에는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이 있을 뿐인데! 사실 헤밍웨이를 ‘하드보일드 작가’라고 부르게 한 짧은 문장은 권력의 집중적 구속을 혐오하고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려는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지 어떤 특별한 ‘남성주의적 미학’이나 멋 부림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자연 관찰 덕분에 가식적인 수식이나 과장을 극력 배제하고 명료한 문장을 쓰는 태도가 나왔을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삶과 예술의 기본을 이루는 평생에 걸친 자연과의 친숙에 주목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에게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는 그의 인생관으로부터 그 자신의 브랜드가 된 명료하고 힘찬 문체와 모든 폭력과 권위를 거부하고 인간의 자유의지와 존엄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의 짧고 행복한 생애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재조명은 헤밍웨이가 아나키즘적이었다는 사실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는 국가 이익이라는 미명 하에 권력 집중을 추구하는 국가주의와 미국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문명을 극력 싫어했기 때문인데, 이런 특성은 곧 아나키즘과 연결된다. 헤밍웨이는 미국인이었지만 미국이라는 국가에 충성하지 않았으며, 이 세상 어떤 나라에도 충성하지 않았고, 여러 전쟁에 참가했지만 어느 쪽에 대해서도 충성하지 않았다. 스페인 시민전쟁에 참전했을 때에도 그가 충성을 바친 대상은 집시와 같은 스페인 인민들이었다. 또한 그는 집시처럼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한때 그를 비롯하여 같은 세대의 문인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말 역시 집시나 보헤미안 같은 그들의 삶과 생각을 보여준 것이다. 헤밍웨이 역시 국가 권력이나 자본 권력의 개입을 거부하면서 대도시를 떠나 예술과 모험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던 두 번의 사고 후 줄곧 병치레를 하던 중 62세가 되던 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였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짝수 장들인 2장, 4장, 6장, 8장, 10장에서 각각 다루는 『우리 시대에』, 『에덴동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강을 건너 숲속으로』,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과 『여명의 진실』 등은 그동안 헤밍웨이 작품 중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여섯 작품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존 레논이 〈이매진〉에서 노래한 반문명과 자유를 다룬 『우리 시대에』, 반윤리와 자유를 다룬 『에덴동산』, 반소유와 자치를 주제로 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반군대와 자치를 다룬 『강을 건너 숲속으로』, 그리고 반제국과 자연을 주제로 한 『아프리카 의 푸른 언덕』과 『여명의 진실』은 헤밍웨이를 아나키스트로 보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홀수 장 작품들도 3장에서 9장까지의 장 제목에서 보듯이 아나키즘의 핵심적 이념을 통해 재조명한다. 흔히 성장소설이나 연애소설 내지 청춘소설로 여겨졌던 『무기여 잘 있어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각각 반전쟁과 자유, 반도덕과 자유, 반파쇼와 자치 등의 내용을 갖는 반체제 소설로, 특히 기독교적 구원의 주제 등으로도 해석된 『노인과 바다』를 가장 아나키즘적인 반체제와 자연의 소설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