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입을 여는 순간, 전등이 점멸했다.
복도가 어두워지고 시완의 표정도 알 수 없었다.
우연은 가슴을 들썩거렸다.
이렇게 대놓고 물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연은 뭐라고 얘기하면 좋을지 몰라 살짝 입술을 달싹거렸다.
시완은 더 재촉하지 않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계속 이어질 만남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녀는 담담하게 들리도록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시완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어요. 지희와 아는 사이인 줄 알았으면….”
그녀는 말을 하다 멈췄다.
그녀도 그 뒷말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정말 그가 지희와 아는 사이인 줄 알았으면 관뒀을까?
그녀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어 고민에 빠질 무렵, 복도 전등이 켜졌다.
동시에 시완이 성큼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다봤다.
웃음기 없는 무뚝뚝한 표정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우연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숄더백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한우연 씨는 그렇게 결정했습니까?”
이윽고 시완의 입이 떨어졌다.
“그냥 하룻밤으로 끝내고 싶습니까?”
“그렇지 않으면요?”
우연이 방어적인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되물었다.
시완이 그윽한 눈길로 그녀의 눈동자를 집요하게 좇았다.
“전 당신과 더 만나 보고 싶습니다.”
그 순간 다시 복도 전등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숨소리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