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달빛을 등지고서 어둠 속에 있는 매희를 내려다보았다. 매희는 꿀꺽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혁은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맨발을 소중히 어루만졌다. 그의 뜨거운 손가락이 발등 위로 드러난 푸른 핏줄을 훑었다.
“이날을 고대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아!”
분명히 안아 달라는 제 요청을 정색하고 거절하려 들지 않았던가. 그것을 지적하려던 매희는, 그가 안쪽으로 쭉 손을 밀어 넣자 놀라 소리칠 뻔했다.
“정숙하기 그지없으신 아씨께서.”
혁은 나지막이 말하며 다리속곳을 입지 않은 매희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이 여린 안쪽 살결을 훑자 매희는 파르르 떨었다. 혁은 좀 더 가까이 다가오며 그녀의 치맛자락을 들쳤다.
“이리 속치마도 갖춰 입지 않고 다른 사내의 방을 찾아오실 줄 알았다면 더 아낄 것을 그랬지만 말입니다.”
“뭘, 아낀다는….”
“씨물이지 무어겠습니까.”
저자 - 박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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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야래자, 밤에 오는 남자. 또다시 혼인. 빼도 박도 못하는. 공작님의 유령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