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한 방에서 여러 번 같이 잔 것 같은데.”
“너 바보구나. 그런 잠 말고. 섹스를 하자고…….”
짓눌려 터진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마치 이곳이 세상과 뚝 떨어져 있는 외딴 섬처럼 느껴졌다.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낮고 은밀한 목소리였다.
황윤휘는 고해원의 남자 사람 친구였을 뿐인데…….
“장난해?”
“장난 아니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을 확실히 들여다봐야겠어.”
복잡한 감정까지 뒤엉켜서 가뜩이나 검은 그녀의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
“날 사랑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로 들리네?”
“맞아. 널…… 사랑하고 있지. 내가 궁금한 건 네 맘이야. 자고 나면 너도 나에 대한 마음을 결정할 수 있을 거야.”
순간 해원은 너무 놀라 휘청거렸다.
드디어 그에게서 너무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듣고 말았다.
허나 지금 이 순간 기쁨보다는 아무도 몰래 아팠던 사람처럼 그녀의 가슴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밀려오는 기쁨과 심장 끝이 저릿한 저림이 여운을 남길 만큼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민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