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는 게 아니라면…… 어떡할래? 나한테 넘어올래?”
그의 입가에는 잔잔한 웃음이 머금어져 있었지만 입술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저음에다 힘이 팍 들어가 있었다.
“넌 이미 내 포위망에 걸려들었어. 못 빠져 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한 그놈, 윤석찬.
건축학과 수석이자 꽃이었던 그녀, 민귀희.
“선배님. 어디 아프십니까?”
“선배라 부르지 마시죠. 듣는 나는 기분이 나쁘니까요. 윤석찬 씨랑 나는 졸업동기라고요.”
“먼저 입사하셨으니까 선배라 불러야 하는 게 맞습니다.”
석찬은 7년이 지났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매듭짓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 그때부터 더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릿하게 젖어 있는 그의 눈동자에 뭔가 결심이 선 듯 벌게졌고, 곧 폭발할 것처럼 물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곧 저랑 가까워질 테니까요.”
민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