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간부들은 처음에는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왔지만, 내놓는 기획서들을 보고는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든 기획서들은 기획실 직원 이미리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획실 직원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자리는 이미리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이미리 덕분에 자리를 지키고, 이미리도 그 대가로 엄청난 금액의 보너스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나가고 있었다. 둘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가 공존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리의 욕심은 자꾸만 커져가고 있었다. 점차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이미리가 나로서는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