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희미해진 의식이 조금씩 돌아온 건 그때였다. 까무룩 잠들었던 소연은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찰강, 텅, 텅, 털겅…. 그곳에 한 가지 소리가 더 있었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그녀의 귓가에 위협적으로 전해지는 철제 물건들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그러나 소연은 어두운 차 안에서 두 팔이 단단히 결박당한 상태여서 귓가를 울리는 묵직한 소리의 정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겨우 의식만 차렸을 뿐이다. 그 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이 몸의 힘이 빠진 상태여서 지금 그녀가 어디 있는지, 자신의 몸 상태와 지금 시간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녀가 어느 차량의 트렁크에 실려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명확할 뿐, 눈을 뜨기조차 힘겨웠다. 암흑 속에서 소연은 꿈을 꾸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그녀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2년간 몰래 숨어 살았던 그녀의 네일 숍 앞 골목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세단이 서 있는 걸 발견한 순간부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짐작했다. 달아나야 했다. 그러나 도망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 소연은 뒤에서 다가온 남자들에 의해 의식을 잃었다. 소연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그것을 헤아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윤태주…. 그의 지시라는 걸. 2년 만에 출소한 그가 마침내 그녀를 찾아냈다는 걸.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며 곧 그녀를 아작 내러 올 것이라고, 2년간 그의 눈빛을 떠올리며 공포감 속에서 살아왔다. 소연은 이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 초조하게 기다려 온 시간 끝에 결국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까무룩 암흑 속에 잠겨 갔다. 3년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가 시간을 단축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