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당일 예비 신랑이 쓴 사채로 사채꾼 옥원파에 납치당한 해정, 사람을 사고파는 야시장에 상품 되다! “1억2천부터 시작합니다! 1억2100만, 1억2150만, 1억2400만, 1억3천 나왔습니다! 또 없습니까?” 사회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는 남자들의 얼굴을 훑다가 태주를 보며 외쳤다. “1억4천이 나왔습니다!” 해정이 절망하는 사이 낙찰가가 나온 모양이었다. 다들 누가 1억4천만 원에 그녀를 샀는지 궁금한가 보다. 주변을 훑다가 버튼을 든 중년 남성에게 시선이 쏠렸다. 중년남성은 태주의 옆에 앉아 있었다. 사회자가 도발하듯 손을 쳐들었다. “1억4천으로 마감하…….” “1억5천!” 사회자의 말허리를 끊듯 태주가 손을 들었다. 우아하게 손가락을 든 그는 뜨겁게 달궈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인상이 차가웠다. 사회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태주가 누군지 잘 아는 표정이었다. 그가 여기 왜 있지? 라는 의문 가득한 눈빛을 보내던 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1억5천 나왔습니다. 포기하겠습니까?” 사회자가 중년 남자에게 묻자, 실내는 고요했다. 정적이 흘러 숨이 막힐 정도였다. 중년 남자가 생각에 잠겼다. 그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턱을 쓸어내리는 중년 남자의 심리를 읽은 듯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쐐기를 박을 차례다. 태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추며 중년 남성에게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받아갑니다.” 태주가 포기하지 않으려 하자, 중년 남자가 비열하게 웃었다. “1억6천.” 제가 못 먹더라도 태주에게 엿은 먹이고 싶은 모양이다. 이미 포기했으면서 천을 더 부르는 심보에 태주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밑바닥까지 야비한 새끼. 한 대 갈기고 싶다. 하지만 성질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태주는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1억 7천.” 태주가 천만 원씩 올리자, 중년 남성이 입매를 비틀었다. “포기!” “그럼 잘 받겠습니다.” 태주는 빙그레 웃고는 사회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사회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낙찰!” 저 남자, 강태주가 날…… 산 거야? 해정은 자신의 운명이 단 10분 만에 정해져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태주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매춘과 인신매매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자신하지 않았나? 한데 그가 자신을 1억 7천만 원에 사버렸다. 매춘 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던 거 거짓말이었나? 해정은 턱을 당긴 채 태주를 응시했다. 그녀의 인생이 송두리째 그의 손아귀에 쥐여졌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철컹! 새장의 문이 열렸다. 태주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지.” “당신에게 팔린 거예요?” “그래.” “왜 산 거예요?” 해정은 눈물이 솟구치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자려고.” 태주의 대답에 해정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너를 구하려고 쓴 1억 7천만 원은 네 몸으로 받을 테니까, 송해정 너는 몸으로 갚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