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그 집을 나온 지 벌써 세 달이 지났건만. 잊고 지냈던 그 남자가 갑자기 꿈에 나왔다. 상념을 털어낸 희주는 열 명 남짓한 아이들과 차례로 눈을 마주치며 싱긋 웃었다. “그렇게 선녀는 예쁜 아이 셋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어 하늘로 올라가는 삽화를 보여 주자, 터져 나온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에 희주의 입가에도 미소가 고였다. “와. 해피엔딩이다!” “자 그럼, 다음 이 시간에는 더 재미있는 동화로 우리 다시 만나요.” “손생님, 바이바이!” 하나둘 엄마 손을 잡고 떠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막 일어날 때였다. 맨 앞줄에 앉은 아이 하나가 요지부동이었다. “려미야. 왜 그러니?” “…나무꾼은요?” “…응?” “아빠눈 왜 안 데리고 가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려던 희주의 손끝이 살짝 경직됐다. “나무꾼은 도망간 선녀를 끝까지 찾아갈 거야.” 려미의 훌쩍거림 뒤로 별안간 익숙한 목소리가 희주의 귓가를 예민하게 울렸다. 꿈에 나와 하루종일 희주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 그 남자. 잘 재단된 슈트를 입은 그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폭으로 여유롭게 걸어 들어왔다. 덜커덕 심장이 어긋나는 소리가 났다. 려미에게 잠깐 향하던 유순한 눈길이 굳어 버린 희주에게 느릿하게 닿았다. 사뭇 예리한 눈동자가 경직된 희주의 몸을 천천히 훑어내렸다. “더군다나 내 애새끼를 밴 여자라면.” 흠칫 어깨를 떤 희주가 급하게 내려보낸 손으로 배를 숨기듯 감싸 안았다. “안 그래. 은 희주?” 나른하게 질문한 강윤이 입술 끝을 당겨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