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은 열대야였다. 온몸에 더운 습기가 끈적하게 달라붙어서 잠들 수 없는 밤. 더위에 잠들 수 없는 건 소율 혼자가 아니었다. 그곳엔 열대야에 달아오른 엄마 재혼 상대의 아들도 있었다. 엄마는 재혼 준비에 바빴고 집은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만 했다.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엄마 재혼 상대의 아들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소율과 한집에서 지낼 예정이었다. 그에겐 결혼할 여자가 있었고 전혀 소율의 취향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소율에게도 결혼 이야기까지 오간 남자 친구가 있었다. 엄마의 재혼 후 소율은 내년 정도에 결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더위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남자와 개처럼 붙어먹었다. 엄마가 없는 집에서, 소율은 곧 새아빠가 될 남자의 아들이자 결혼할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와 개처럼 들러붙어서 밤새도록 뒹굴었다. 아침이 왔을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일주일가량 지속되는 열대야, 소율은 밤마다 그 남자와 짐승 같은 짓을 저질렀다. 마침내 더위가 끝났을 때, 소율은 공사를 마치고 집에서 나가는 그 남자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이 이어졌다. 엄마의 결혼식 당일. 소율은 남자 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엄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예식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 남자와 마주할 것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