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개의 심장이 모두 사라져 생명이 끊어지는 날이 올 때까지 그대만을 사랑합니다.”
여우들이 반려를 맞이할 때 건네는 언약의 속삭임.
여우가 가진 아흔아홉 개의 생명이 모두 사라지는 날까지 오직 한 명만을 사랑하겠다는 맹세.
1,000년에 가까운 일생 동안 단 하나의 반려를 맞는 것이 여우 일족이다.
그런 여우 일족의 율려는 이랑진군을 마음에 담아버렸다.
가장 선한 자, 긍휼함이 넘치는 천계의 공자.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바람 같은 사내.
“나와 같이 갈래?”
“저는 보잘것없는 여우예요……. 저를 데려가시면 이랑 님의 명성에 흠이 갈 거예요.”
여우 일족 수장의 음험한 속셈으로 인해 강제로 이어진 인연이라 율려는 그와 함께할 수 있으리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이 다정한 사내는 그녀에게 다음을 말한다. 저와 같이 가자 말해준다. 율려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에,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천계에 데려가주겠다 진심으로 속삭여준다.
“제게 몇 번의 생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생을 전부 이랑 님과 함께하고 싶어요. 아니, 이랑 님과 함께하기 위해서 아흔아홉 개의 심장을 모두 죽여야 하더라도 전 그렇게 하고 싶어요. 단 하루를 살아도, 아흔아홉 개의 심장을 죽여서 단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이랑 님과 그렇게 살고 싶어요.”
서로를 마음 깊이 품게 된 율려와 이랑.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가혹하기만 한데…….
마뇽.
오늘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내일도 계속 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