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황제의 승은을 입기 위해 밤마다 처녀들은 침전에 들지만,
그 침전에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녀들은 알지 못했다.
“다시 들여오는 술도 맛이 나지 않으면 그 술잔에 피를 섞어 마실 것이니,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 말과 함께 황제가 옆에 세워둔 날이 시퍼렇게 든 칼을 쥐는 순간,
풀썩.
침전에 든 공주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황제의 침전에 들어가 제 발로 걸어 나온 이가 없었다. 이 난폭하고 공포스러운 첫날밤을 견뎌낸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상궁의 등에 업혀 새하얗게 질려 있는 얼굴을 황제는 본 척도 하지 않는다.
이 사나운 폭군의 가슴에는 단 하나의 여인만이 있었다. 곁에 남아달라고 애원했지만 냉정하게 떠나버린 그 여인.
“망초께서 국경을 넘으셨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제의 눈동자가 커졌다.
“돌아왔다는 것이냐?”
열두 살에 태자에서 폐위되어 궁을 나온 신연을 지켜주던 그 여인. 다시 궁으로 돌아가 황제가 되었지만 이제는 옆에 없는 여인.
“드디어.”
입술이 그리움에 떨렸다.
“왔구나.”
열두 살에 처음 만나, 열아홉에 이별하여 어느덧 7년이 지났다.
길고 길었다, 그리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