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에는 다소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관계 묘사 등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남편의 의심과 폭력에 지친 해수. 이제 남편 우진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해수가 사랑하는 사람은 남편의 동생인 송주. 사제서품을 받은 송주를 마음에 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결혼한 우진과의 7년간의 결혼 생활은 악몽 그 자체였다. “송주가 죽으면 날 봐 주겠지.” 우진이 송주를 진심으로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해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진을 죽이는 것이었다. * * * ‘막아야 해…….’ 해수의 손이 덜덜 떨린다. 그때 해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우진이 다 마시고 남긴 위스키의 빈 병이었다. 위스키 병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해수가 그걸 들어 올렸다. 그리고 우진을 불렀다. “여보.” 현관문을 열려던 우진이 돌아봤다. 그 순간, 퍽-! 무서운 소리와 함께 우진이 쓰러졌다. 쓰러지는 순간 우진과 아주 잠깐 시선이 마주친 것도 같았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해수는 본 것 같았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을 때 우진은 발아래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우진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의 손이 꿈틀거린다. “죽어……!” 해수가 있는 힘을 다해 위스키 병을 내리쳤다. 퍽-! 챙그랑-! 위스키 병이 깨지며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깨진 병을 가만히 쳐다보던 해수가 쓰러진 남자를 내려다봤다. 여러 번 내리친 충격으로 남자의 머리는 피투성이였다. 그러나 아직도 숨이 붙어 있다. “지옥에 떨어져요.” 그때였다. “같이…….” 우진의 입술이 희미하게 열렸다. 끊어질 듯 새어나오는 그의 목소리에 깨진 병을 든 해수의 손이 자칫 병을 놓칠 뻔 했다. “……가…… 줄…… 거야……?” 우진이 말하는 순간 해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는 순간 우진이 조금 웃은 것도 같았다. 마지막까지 미친 인간이라, 이런 순간에조차 그는 웃는 것 같았다. 눈을 감은 채로 해수가 손에 든 깨진 유리병으로 그의 목을 찔렀다. 푹-.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남편을 죽여야 하는 여자. 동생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자를 사랑한 나머지 집착하는 남자. 그리고 두 사람의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