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 누이가 찾아왔다. 짐승 같은 사내의 욕정이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매년 여름 제일 먼저 피는 연꽃처럼. “우리는 오누이다.” “오늘 밤만, 사내가 되어주시면 안 되는 것입니까?” 아무도 모르게, 단 하룻밤만 짐승이나 다를 바 없는 짓, 금기를 어기는 짓 아버지가 밖에서 데려온 첩의 자식, 의붓누이 유화를 가슴에 품게 된 진무영. 그는 장원급제 후 누이를 향한 마음을 가슴속 깊은 곳에 가두고 먼 함경도로 떠난다. 3년 후, 어머니의 부고를 들은 무영은 본가로 돌아오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첩이 안방을 차지했고, 아버지는 노쇠해졌다. 그러나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유화를 향한 자신의 마음. 석연치 않은 어머니의 죽음을 파헤치면서도, 혹시라도 유화까지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하던 어느 날, 누이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