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그의 말이 진심이었던가.
입궁한 지 9년, 교태전의 주인 가연은
지아비인 서에게 무시와 냉대를 받아 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연모의 싹을 자르지 못하고 버티던 차,
유일한 혈육인 오라비를 잃고서야 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폐서인이 되어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서에게 분풀이하고 싶은 마음에
남장을 하고 궁을 나선 가연은
달빛을 품은 은월호에서 서와 마주친다.
달빛에 취해, 술에 취해 배짱 좋게 말을 붙인 그녀는
서자 조 생원이 되어 서와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는데…….
“문지방을 한번 넘어 보겠소?”
“넘으면 나도 너처럼 고자가 되는 건가?”
“아니. 지금 고자가 되면 피를 철철 흘리며 죽을 게요.”
“그럼?”
“달빛 아래를 같이 누비고 다녀 보지 않겠소?”
“밤 기행을 다니자는 소린가?”
그 밤을 계기로 시작된 가연과 서의 밤 나들이.
과연 냉궁이라 불리는 교태전에 봄이 찾아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