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남자친구에게 호되게 차인 서나는 이별의 아픔을 ‘처음 보는 남자와 하룻밤’이라는 일탈로 위로하려 하고... 그렇게 짐승은 짐승인데, 더없이 신사적인 짐승, 정우와 하룻밤을 함께하게 되는데... “피부가 엄청 하얘.”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말간 어깨에 흩어졌다. 정신이 없는 사이 등 뒤의 지퍼는 열린 상태였고, 그의 가벼운 손짓에 아래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나갔다. 툭. 이불 위에 옷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서나는 저도 모르게 팔로 가슴을 가렸다.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 낸 그는 그녀의 팔을 보고는 작게 웃었다. “무를 생각 없다면서요?” “부, 부끄러워서 그러죠.” 그녀가 작게 변명하며 팔을 천천히 내려놓자, 브래지어마저도 아래로 스르륵 흘러내렸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에게 제 가슴을 드러낸 서나는 부끄러움에 두 눈을 꽉 감았다. 미등만 켜져 있긴 했지만,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예쁘네.” 그녀의 팔에 걸린 브래지어를 침대 밖으로 내던진 그가 중얼거리며 그녀의 등 뒤에 손을 받친 채 천천히 상체를 숙이며 서나를 침대 위에 눕혔다. 전등을 등진 채 그늘진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위험하도록 섹시해 보였다.